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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분석 - 장기투자는 늘 성공할까? 국장 vs 각국지수 30년 비교

시장분석

by 자본노동자 2022. 8. 3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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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한다? 하지 않는다!


시장이 어렵고 주가가 흔들릴수록 우리는 의지할 말들을 찾는다. 그때 가장 흔하게 회자되는 얘기들이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한다', '장기투자는 성공한다' 류의 격언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30년 이상 시장에 장기투자한 사람들은 과연 모두 부자가 되고 본전을 되찾았을까?

아래 차트들은 각국의 대표지수들을 1990년대부터 조회한 블룸버그 데이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명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대체로 작동하지만 아시아 신흥국, 특히 국장에서는 유효하지 않다.


2. 한국 : 코스닥은 25년 전에 무려 2500이었다


코스피는 2000년대 내내 박스피 소리를 들으면서 횡보하다가 20년도 유동성 장세를 맞아 피크를 찍고 다시 5년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종목 자체의 성장을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결과인데, 차화정 경기가 저물고 조선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기업들은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체질전환에 성공했다. 만약 내연차 기업과 전기차 기업의 밸류를 똑같이 측정할 수 없고, 오프라인 마트와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의 밸류를 똑같이 부여할 수 없다면 코스피의 정체는 좋게 해석해도 무난과 아쉬움을 벗어날 수 없다.

한편 코스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닷컴버블 사태 때 무려 2500을 찍고 25년동안 바닥을 기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차같은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만큼, 한국의 신성장 산업과 중견기업들은 입지를 넓히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선진국과 신흥국의 여건은 다를 수밖에 없고 혁신의 DNA는 축적된 인프라를 통해 꽃핀다. 당장 삼성의 바다 OS, SK의 원스토어처럼 대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 안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OS의 패권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앱 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꽉 쥐고 있다. 꾸준히 쌓아온 인프라를 변두리의 신흥강자가 혜성처럼 추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당장 한국의 카카오톡이 동남아의 그랩에 비교해서 어느 정도 가치를 책정받고 있는지 물어보면 모든게 환경 탓이라는 답변은 궁색해진다. 머스크가 페이팔로 일군 기반을 모두 던지고 새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것처럼 한번 EXIT한 CEO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가져오는 모습을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서점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온라인 쇼핑몰 업체로 거듭나는 것처럼 기존사업을 박차고 신사업으로 도약하는 글로벌 업체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앞으로 코스닥에 10년을 더 투자하면 2500을 탈환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 코스피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한국 코스닥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3. 미국 & 유럽 : 믿음과 신뢰의 자본주의 본진


코스닥이 겪은 닷컴버블은 나스닥도 지독하게 겪었다. 그러나 똑같이 25년이 지난 지금 두 지수의 위치는 비교하기가 민망하다. 이런 나스닥의 상승 요인은 앞서 얘기한 코스닥의 정체 요인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을 것이다. 헤아려 보면 미국이라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냉전, 닷컴 버블, 리먼 브라더스, 이라크전, 미중갈등에 지금의 대침체까지. 영국과 독일은 어떤가? 브렉시트에 영국병, 유로존 위기를 거쳐서 심지어 지금은 아예 유럽이 전쟁터다.

결국, 국장과 미장이 보이는 차이는 시장에 가해지는 데미지 자체보다는 그것을 극복하고 올라오는 회복탄력성과 기초체력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FTSE와 DAX가 결국 고점을 회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세기 단위로 쌓아놓은 자산의 차이일 수도 있고 기축통화의 힘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의 성장이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 하며 장기투자는 성공한다'라는 명제에 신뢰를 부여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숫자로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미국 나스닥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영국 FTSE 100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독일 DAX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4. 일본 & 중국 : 잃어버린 30년과 정치 리스크


'세상에는 4가지 종류의 나라가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일본과 아르헨티나다' 이 경제학의 격언에서 보듯이 일본은 일반적인 조건들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기축통화국이면서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무려 250%에 육박하고, 인구 1억의 튼튼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또 부동산 침체로 잃어버린 30년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산업의 경쟁력도 경제적 인프라도 매우 안정적이지만 이제부터 10년을 더 투자한들 버블경제 시절의 고점을 탈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쉬운 구석은 보이지 않지만 역시 장기투자가 유효한 시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도 만만치 않게 난해하다. 시장개방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겪고 경제는 팽창했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눈에 보이게 부각된다. 그나마 금융시장을 투명하게 개방한 것도 아니라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고 환율, 성장률, 부동산 등에서 정부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작용한다. 공산당 독주체제로 생기는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선 최소 6~7% 성장을 통계로 보여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금리인하, 부동산 펌핑 등의 무리수가 상시화 되어있다. 차라리 ETF로 스윙을 하면 스윙을 하지, 이 시장에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권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일본 닛케이 225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중국 상해 종합지수 1990 ~ 현재 (출처 :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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