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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분석 - 흥국생명 사태 초간단 설명

시장분석

by 자본노동자 2022. 11. 1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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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 다 버리고 간단하게 봅시다. 뭐 자본비율이니 법인이니 신종자본이니 하는 말들을 싹 걷어내고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1. 여기 [한국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흥국씨]가 있습니다. [흥국씨]는 사업자금으로 5년 전 [대한은행]에서 1억을 빌렸네요. 조건은 만기 30년에 이자 4%입니다.

2. 그런데 이 대출에는 특약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콜옵션이라는건데요, 이거는 쉽게 말해 조기상환권입니다. 원래 30년 대출을 중간에 갚으려면 상환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콜옵션 덕분에 [흥국씨] 5년차에 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갚을 수 있습니다.

3. 당연히 이런 권리가 공짜일리는 없겠죠. 은행이 어떤 곳인데요? [흥국씨]는 5년차에 수수료 없이 대출을 다 상환할 수 있지만, 대신 5년차에 상환 안 하면 이자는 4%에서 6%로 크게 올라갑니다.

4. 여기서 돈을 빌려준 [대한은행]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6%이자면 상당히 높은 금리인데 [흥국씨]가 굳이 고금리 대출을 유지하지는 않겠지? 어차피 지금 시장에 돈도 많이 돌아서 장사 잘 된다는데 5년차에 상환할거야. 나도 5년 후에 1억이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자금 스케줄 짜놔야겠다.'

실제로 여태까지 [한국상가]에서 장사를 해 온 사장님들은 누구나 다 5년차에 빚을 상환했습니다. 이 5년차 상환은 사실상 [한국상가]와 모든 은행들 사이의 불문율로 자리잡았고, 덕분에 [한국상가] 사장님들은 비교적 쉽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막상 5년이 지나보니 기준금리가 급등해서 이제 8%, 9% 금리도 흔해진겁니다. 5년 전에는 고금리였던 6% 이자가 이제는 저금리가 된 것이죠.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입니다.

6. 이제 돈 빌리고 5년차를 맞이한 [흥국씨]는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음...어차피 요즘 경기도 어려워서 결국 돈은 필요한데,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로 대출 받으려면 이제 이자가 9%네? 조건도 불리하고... 그냥 전에 받아놓은 대출, 이거 올해 안 갚고 계속 가져가면 6%잖아? 새로 받는 것보다 3%나 낮은 금린데 그럼 완전 꿀이지!'

7. 이제 급해진건 [대한은행]입니다. 올해 1억이 들어와서 그 돈으로 공과금도 내고 점포 월세도 낼 계획이었는데 완전히 꼬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흥국씨]한테 돌려받은 1억을 지금 새로 대출해주면 9% 이자는 받을 수 있는데, 이제 25년 동안 6% 이자로 빌려줘야하는겁니다. 1년에 3%씩 꼬박꼬박 손해를 보는 셈이죠.

8. 원래 같으면 이렇게 현명한 투자자 [흥국씨]의 해피엔딩으로 끝났겠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신용은 곧 자산인데, 방금 5년차 상환이라는 신용이 [흥국씨] 때문에 깨졌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아는 모든 문제가 시작됩니다.

9. 이제 동네에는 [대한은행]이 [흥국씨]한테 돈을 못 돌려받아서 고생중이라는 소문이 돕니다. 비슷한 조건으로 5년 전 [미래씨]한테 5억을 빌려준 [민국은행]은 갑자기 속이 탑니다. 혹시 [미래씨]도 돈을 안 갚으면 자기는 [대한은행]보다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죠.

10. 다급해진 [민국은행]은 [미래씨]한테 전화를 겁니다.

"[미래씨], 여기 [민국은행]인데요. 올해 갚기로 한 돈 갚을거죠? 꼭 갚아야해요. 안그러면 우리가 곤란해요. 진짜 안 갚으면 나 찾아갑니다?"

11. 전화를 받은 [미래씨]는 황당합니다. 갑자기 은행에서 돈 갚으라는 전화를 받았으니 그럴 수밖에요. [미래씨] 가게에서 쇼핑하던 손님들도 웅성거리더니, 갑자기 물건을 내려놓고 황급히 가게를 떠납니다. 은행에서 빚 독촉 받는 가게에서 쇼핑하기 꺼려지는거죠. 불쌍한 [미래씨], 잘못한 것도 없이 한순간에 손님들의 신용을 잃었습니다.

12. 한편, 새로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확장하려던 [유화씨]는 은행을 찾아갔다가 대출이 거절당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은행이고, 여태까지 단 한번도 5년차 상환을 미룬적 없는 성실한 [유화씨]였지만 [흥국씨]의 사례로 이제 은행 문턱은 높아졌습니다. 불쌍한 [유화씨]도 아무런 잘못 없이 사업에 차질이 생겼네요.

13. 이쯤 되니 [한국상가]는 혼란스럽습니다. 원래는 상인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가게도 돌리고 물건도 들여와야하는데, [흥국씨]가 던진 돌 때문에 상가에 돈맥경화가 온 겁니다. 사태를 보다 못한 조합장 [감원씨]가 [흥국씨] 가게를 찾아옵니다.

"[흥국씨], 어지간하면 그냥 갚아요. 지금 [흥국씨] 때문에 다른 사람들 돈도 못 빌리고, 상가에 손님도 뜸해지고 이게 뭡니까! 이거 안 갚으면 앞으로 우리 상인회 명부에서 제명합니다? 소방점검이랑 세무조사도 더 빡세게 할거에요? 나 분명 말했습니다? 갚아요. 갚는거에요?"

14. [감원씨]의 으름장에 [흥국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지금 잘못하면 저금리로 이득을 보기는 커녕 평생 가게를 일궈온 [한국상가]에서 방을 빼야할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힘든 경기 탓에 사정이 녹록치 않은 [흥국씨]는 머리가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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