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본노동자입니다.
오늘은 마침 대화중에 영업권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이 항목의 함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과연 영업권을 많이들고 있는 기업은 좋은 기업일까요?
우선 영업권은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에 들어가는 계정과목입니다. '영업권'이라는 이름만 들어보면 라이센스나 입찰권처럼 특정 시장에서 유리하게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만약 그렇다면 영업권 항목이 클수록 대체로 기업가치에 긍정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기업이 특정 업체를 인수할 때는, 그 업체의 평가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사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더 높게 얹어준 프리미엄을 재무제표상에는 영업권으로 표시하구요.
예를 들어 3,000억원으로 평가받은 기업을 5,000억원으로 인수한다면 2,000억원을 영업권으로 기록하는 식이죠. 가게로 치면 권리금이라고 생각하시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가치보다 더 얹어준 프리미엄이라면 보통 비용 혹은 부채로 표시할 것 같은데, 영업권은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으로 인식됩니다. 이는 영업권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성격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엔터회사의 강사료나 제약회사의 일부 개발비처럼, 결국은 기업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확률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이죠.
다만, 실제로 그 기대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M&A 시장에서는 비용은 비용 대로 쓰고 기대한 시너지 성과는 못 내는, 소위 '승자의 저주'라고 불리는 현상이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합리적 투자라고 생각했던 영업권이 오히려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무형자산인 영업권도 유형자산인 건물이나 기계처럼 상각을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실제로 현금이 나가는게 아니라 단순 회계상의 표시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흐름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었죠.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가 도입된 이후에는 통상적으로 손상차손을 하게 됩니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이 더 이상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수 없을 때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A 회사가 1,000억원 상당의 특허권을 무형자산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 특허보다 훨씬 우월한 기술이 시장에 보편화 됐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이제는 특허권으로 경제적 효익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손상차손을 거쳐 비용으로 인식됩니다.
이 영업권에 울고 웃었던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하이마트입니다. 원래 하이마트는 대우그룹 소속이었다가 사모펀드, 유진그룹을 거쳐서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입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영업권도 재무제표에 표시가 됐구요.
그런 롯데하이마트가 2011년 상장하던 당시에도 영업권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의 회계방식 대로라면 영업권은 매년 일정하게 상각되고, 롯데하이마트의 당기순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상각이 예년처럼 이뤄진다면 롯데하이마트는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경 국제회계기준(IFRS)이 국내에 새로 도입되면서, 당시 하이마트도 영업권 처리에 상각 대신 손상차손을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매년 880억원 가량 인식되던 영업권 상각비가 그 해에는 발생하지 않았고, 그렇게 예년보다 늘어난 당기순이익으로 상장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렇게 영업권 덕분에 상장한 롯데하이마트는 지금도 영업권 덕분에 웃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공시를 보면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위의 표는 최근 롯데하이마트 분기 보고서의 무형자산 부분입니다. 보시면 장부상 1조 2,900억원에 달하는 무형자산 중 1조 2,700억원 가량이 영업권이었다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말금액을 보면 영업권은 8,370억원으로 줄어들었네요. 위의 손상차손 항목에 약 4,300억원이 비용으로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용으로 잡힌 영업권의 손상차손은 기타비용에 기재됩니다. 당연히 그만큼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안 좋게 표시되겠죠.
실제로 이 회사의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500억원 수준인데 반해, 기타비용은 무려 4,800억원에 달합니다. 1년동안 장사해서 받은 성적표보다 영업권 때문에 적히는 숫자가 월등하게 높은 것이죠.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이 비용으로 인식된 것은, 그만큼 하이마트를 인수했을 때에 비해서 현재의 사업환경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줍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가전제품을 살 때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 상담받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상품후기를 보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니까요. 그만큼 이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불했던 프리미엄의 경제적 가치가 감소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영업권은 이름만 보고 좋게 생각하면 뒷통수를 맞기 참 좋은 항목입니다. 만약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인수를 거친 기업이라면, 이 영업권 항목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도 내 자산을 지키는 한 방법이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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