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본노동자입니다.
요즘 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종목은 에코프로 기업들이었습니다. 100만원 간다는 얘기부터 온갖 짤까지, 주가 등락은 둘째치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오늘 투자단상은 이 에코프로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하나증권의 셀 레포트를 들여다 보고 두둔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레포트는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종목에 대한 의견과 분석을 정리해서 내놓은 자료들입니다. 투자 아이디어와 기업 스토리 같은 정성적 부분부터 실적, 재무제표같은 정량적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는 주식의 진단서 같은 페이퍼죠.
그런데 국내 증권사들은 거의 대부분 매수(Buy) 의견으로만 레포트를 내지, 중립(Hold) 혹은 매도(Sell) 의견 레포트는 내지 않습니다.
많은 개인투자자분들이 여기에 불만을 가지고 레포트를 불신하고 계십니다.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의견과 TP를 책정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매수의견만 달아놓는다는 불신이죠. 다만, 리서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보통 애널리스트들이 속해있는 부문을 리서치센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리서치의 비용은 법인영업부에서 대부분 부담하구요. 쉽게 말해 리서치한테 돈 주는 고객은 개인 리테일이 아니라 법인 홀세일입니다. 아무래도 영업부서의 생리상 돈 내는 고객의 입장과 수요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리서치에서 중립이나 매도의견을 쉽게 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연히 주식을 가지고 있는 법인고객들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레포트가 달갑지 않죠. 그 법인들한테 주문을 받아야 수익이 나는 법인영업부 입장에서도 기꺼울 수 없는게 중립이나 매도 레포트입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검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가감은 있겠거니 짐작되는 부분이죠. 거래처한테 마냥 매정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은 개인이든 법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각 증권사 법인영업 부서는 법인고객 대상 설명회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이때는 레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PT를 하면서, 행간에서는 쉽게 읽을 수 없는 디테일과 의견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애널리스트라고 꼭 우리 생각처럼 책상에 앉아서 숫자만 두드리는 갑인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간접적인 영업도 하고 출장도 다녀야하는 직장인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하나증권 김현수 애널리스트의 에코프로 셀(Sell) 레포트는 상당히 드문 사례입니다. 시장의 관심을 잔뜩 받는 코스닥 선두 종목에 처음으로 셀(Sell) 레포트를 냈으니까요. 사심을 조금 섞어서 말하면 용감한 시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셀(Sell) 레포트가 올라온 후 종목토론방은 난리가 났습니다. 개중에는 애널리스트가 공매도를 쳐서 셀(Sell) 레포트를 냈다는 카더라부터, 심하게는 3대가 망할거라는 저주성 글까지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얄궂은 일입니다. 평소에는 셀(Sell) 레포트를 안 낸다면서 리서치를 비판하던 투자자들이, 막상 제일 주목받는 주식에 셀(Sell) 레포트를 낸 애널리스트를 성토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내가 사는 주식에 매도의견 내는 레포트가 좋게 보일리는 없습니다. 당장 고점에 물린 사람 입장에서는 작은 재료 하나하나가 절실하고 크게 다가오니까요. 평소 바이(Buy) 의견만 내던 증권사의 셀(Sell) 레포트가 일종의 고점 신호로 야속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당장 테슬라 같은 미국 대형주만 보더라도 매도의견이 30%가 넘는 경우, 중립의견이 매수보다 많은 경우, 목표가가 현재가의 절반 이하인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모두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금융기관들에서 배포한 레포트들이죠.
애널리스트 의견에 대한 비판 혹은 논박은 언제나 열려있고, 실제로 그들은 '주가' 라는 결과물로 언제나 그 결과를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시장인만큼 거기에 내 주관을 얹는 것은 모두의 권리지요. 다만, 그 방향성은 원색적인 비난이나 원망보다는 레포트 자체에 대한 반박이 되는게 맞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에코프로는 기존과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컨센을 보여주는, 충분히 시장에 노출된 대형 기업입니다. 외부 이슈를 제외하고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오직 급등한 주가뿐입니다.
그런 에코프로에 대해 이 레포트가 어떤 근거로 TP를 하향했고 투자의견을 조정했는지. 그래서 이 기준은 수용할만 한지 혹은 지나치게 보수적인지. 해당 레포트의 숫자들이 다른 하우스의 컨센에 비해 지나치게 낮거나 높지는 않은지. 부여한 밸류에이션은 과거 데이터와 현재 시장상황 대비 충분히 신뢰성이 있는지.
이번 셀(Sell) 레포트에 대한 평가도 이 사실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이뤄져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그렇게 정한 포지션에 대한 투자결과를, 하나증권 김현수 애널리스트는 실제 주가로 나타나는 결과를 각자 받아들면 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이번 에코프로 셀(Sell) 레포트 사태는 2021년 카카오뱅크 셀(Sell) 레포트 사건을 생각나게 합니다. 당시 공모주 열풍과 넘치는 유동성을 끌어안고 몸값을 높이던 카카오뱅크에 대해서, BNK 투자증권의 김인 애널리스트가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다] 라는 제목의 셀(Sell) 레포트를 냈던 사건이죠.
개별 기업과 레포트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한가지 크게 다른 점이 눈에 보입니다. 당시 김인 애널리스트의 셀(Sell) 레포트는 게시 며칠만에 내려온 반면, 이번 김현수 애널리스트의 셀(Sell) 레포트는 현재도 각종 사이트에 게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는 분석기업의 차이일 수도 하우스별 입장이나 문화의 차이일 수도, 혹은 시장 주체들의 포지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그때보다는 우리 주식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표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시장의 입장과 반대 편에서 목소리를 낸 김현수 애널리스트와 위경재 RA, 모든 관련부서와 투자자분들께 응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100% 개인의 사견을 담고 있으며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미래 주가에 대한 어떠한 확정이나 보증도 담고 있지 않으며, 종목 추천이 아닌 단순 분석/정리글입니다. 투자는 100% 본인 책임이며 본 블로그는 투자결과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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