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투자단상 -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

투자단상

by 자본노동자 2023. 6. 11. 23:19

본문

안녕하세요 자본노동자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에 한 투자자분이 던진 재밌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연 부채비율이 높은건 안 좋은걸까?'

라는 질문이었는데요. 언뜻 생각하면 대체로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빚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불하는 이자비용이 높다는 뜻이고, 그 기업이 장사를 잘 못해서 빌린 돈을 제대로 못 갚고 있다는 말도 됩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그렇듯이 예외는 존재합니다. 특히 주식시장에는 그 부채의 내용과 구조, 해당기업이 속해 있는 업종의 특성을 잘 살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예외 중에서도 우리한테 익숙한 대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업은 도대체 왜 부채를 일으킬까요? 당연히 그 자금을 활용해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걸 기준으로 보면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를 구분하기 쉽습니다.

즉, 1) 돈을 버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서 조달비용이 낮으면 좋은 부채. 2) 돈을 버는데 별 도움은 안 되면서 조달비용이 높으면 나쁜 부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구체적인 예시로 알아보겠습니다. 아래 기사는 지난 둔촌주공 사태로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을 때, 해당기업의 대주주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했다는 내용입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02109020163270

과연 이렇게 빌려온 5,000억원은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좋은 부채였을까요? 아니면 나쁜 부채였을까요? 맥락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좋은부채입니다.

이 5,000억원은 일시적 자금위기를 겪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그룹과 대주주의 수혈자금이었습니다. 당연히 조달금리도 6% 중반으로 당시 롯데건설의 자체 조달금리 9%보다 이자도 낮았고, 빨리 상환하라는 독촉도 없었습니다.

모든 업종이 그렇겠지만 건설업은 금리와 자금에 특히 민감한 섹터입니다. 실제로 당시 부동산 시장이 PF 위기설에 워낙 얼어붙어서 그렇지, 롯데건설이라는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흔들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롯데건설은 이를 증명하듯, 둔촌주공 사업 일단락과 함께 이 5,000억원을 조기상환했습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10597290

 

롯데건설, 케미칼에 5천억 조기상환 - 매일경제

롯데그룹 재무개선 가속롯데케미칼, M&A 자금우려 해소롯데건설 5천억 조기 상환

www.mk.co.kr

 

이런 측면에서, 롯데건설의 차입금 5,000억원은 실제 주요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시장금리보다 싸게 조달한 착한 부채의 대표적인 사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일봉차트 (23.06.11)

 

그리고 이런 기업활동을 우리는 투자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건설에 자금을 대여해준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기사가 올라온 작년 10월 21일 기준으로 144,000 KRW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3거래일 연속 총 10% 이상 급락한 수치입니다.

반면, 현재 동사의 주가는 172,900 KRW로, 기사 작성일의 144,000 KRW에서 20% 이상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악재를 딛고 상당히 견조한 상승을 이뤄낸 것이죠.

물론, 이런 회복은 다양한 변수들이 함께 작용한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 과거 사례에 대한 결과론적인 분석입니다.

다만, 이미 투자했거나 이제 투자하려는 기업에 유사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해당 부채가 좋은 부채인지 나쁜 부채인지 여부가 하나의 판단척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보다는 조금이라도 냉정하게 사태를 볼 수 있는 투자자의 승률이 더 높기 마련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